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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설치된 보조표지 일부에 흠이 있더라도 지자체 책임 인정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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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통사고 로펌 댓글 0건 작성일 2022-08-17 00: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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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설치된 보조표지 일부에 흠이 있더라도 일반 평균적인 운전자가 착오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턴 보조표지에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고 되어있지만 교차로에 좌회전할 도로가 없고 신호등에도 좌회전 신호가 없어도 평균적인 운전자라면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 유턴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경우 유턴 관련 사고를 보조표지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A 씨 등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다225910)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7년 3월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삼거리 'ㅏ' 형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적색신호에 유턴을 했는데, 맞은편 도로에서 직진좌회전 동시신호에 따라 운전하던 승용차와 충돌해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A 씨가 유턴하던 곳에는 신호등과 함께 유턴 지시표지 및 '좌회전시, 보행신호시/ 소형 승용, 이륜에 한함'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보조표지가 있었다. 그런데 신호등에는 좌회전 신호가 없어 표지와 신호등의 신호체계가 맞지 않았다. 또 이 신호등을 바라보고 운전할 때 왼쪽으로는 좌회전할 길이 없어 표지는 도로구조와도 맞지 않았다. A 씨는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자 유턴해 반대편 3차로 도로로 진입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A 씨와 그 부모는 제주도를 상대로 "좌회전하는 길이 없음에도 좌회전시 유턴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조표지는 영조물의 하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보조표지에 하자가 없고, 만약 하자가 있더라도 A 씨의 신호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와 보조표지의 하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없는 길을 있는 길이라고 전제한 신호표지가 있다는 것만으로 이를 신호표지 하자라고 볼 수 없고, 좌회전 길이 없음이 명백한 상황이므로 혼동의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표지의 내용으로 인해 운전자에게 착오나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표지의 내용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표지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표지에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고 적시되어 있어 신호등이 좌회전 신호이거나 혹은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사고 발생 당시 교차로에는 좌회전할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도 없어 표지에 따라 유턴이 허용되는 두 가지의 경우 중 신호등이 좌회전 신호가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라면 표지에 따라 유턴이 허용되는 나머지 경우 즉,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 이전에 해당 표지가 잘못 설치되었다는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고 표지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실제 도로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신호표지로 인해 운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이는 영조물 설치 관리상 하자에 해당하며, 사고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는 2017년 3월 29일 오후 5시 52분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ㅏ' 형태의 교차로에서 동쪽 방면에서 서쪽 방면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적색 신호에서 유턴을 했다가, 맞은편 도로에서 직진좌회전 동시신호에 따라 운전하던 B의 트랙스 자동차에 오토바이 뒷부분을 들이받혀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이 교차로의 동쪽 방면에서 서쪽 방면으로는 3색(적색, 황색, 녹색) 신호등과 함께 유턴 지시표지와 그에 관한 보조표지로서 '좌회전시, 보행신호시/소형 승용, 이륜에 한함'이라는 표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가 없기 때문에 신호등의 신호체계와 맞지 않았다. 또 이 신호등을 바라보고 운전할 때 왼쪽으로는 좌회전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보조표지는 도로구조와도 맞지 않았다. A는 유턴 전용 차로인 1차로에  정차해 신호를 기다리다가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변경되자 유턴해 반대편 3차로 도로로 진입했다가 반대편 신호등의 직진과 좌회전 신호에 따라 계속 직진하던 B의 승용차에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A는 친구인 C, D와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와서 각각 오토바이를 대여받은 후 이를 각자 운전하여 사고가 난 교차로에서 유턴을 하기 위해 유턴 전용 차로인 1차로에 A와 C, D 순서로 정차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변경되자, A가 C, D에게 가자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손으로 신호를 보낸 후 유턴하여 반대편 도로의 3차로로 진입하였고, C도 A의 뒤를 이어 유턴하였으나, D는 유턴을 시작하지 않고 계속 1차로에 정차해 있었다.


A와 부모는 "사고 당시 A가 유턴을 하기 위해 서 있던 곳은 좌회전을 할 수 없는 도로인데도 '좌회전시, 보행신호시 유턴'이라는 잘못된 신호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A는 착오를 일으켜 반대편 차로에서 좌회전시에 유턴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유턴하는 실수를 하였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제주도를 상대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가배상법 5조 1항은 "도로 · 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제주도의 영조물 책임을 인정하되 원고들이 입은 손해의 일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제주도가 상고했다.  A는 이 사고로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어 혼수상태에 빠졌고, 항소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그러나 7월 29일 "이 사건 표지에 신호등의 신호체계 및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정성이 결여된 설치 · 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2다225910). 최순용 변호사가 제주도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교통신호) 표지는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소통을 확보할 목적으로 설치된 교통안전시설이므로 그 내용이 설치 장소의 구조나 상황, 신호체계에 부합되어야 함이 원칙이고, 특히 이 사건 표지는 도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자로 하여금 어떤 신호가 켜져 있을 때 유턴을 할 수 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하는 유턴 보조표지이므로 그 표지의 내용으로 인하여 운전자에게 착오나 혼동이 발생하는 경우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표지의 내용으로 인하여 운전자에게 착오나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표지의 내용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표지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표지에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고 적시되어 있으므로 신호등이 좌회전 신호이거나 혹은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사고 발생 당시 교차로에는 동쪽 방면에서 서쪽 방면으로 가는 경우 좌회전할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도 없었다"며 "따라서 표지에 따라 유턴이 허용되는 두 가지의 경우 중 신호등이 좌회전 신호가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경우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라면 표지에 따라 유턴이 허용되는 나머지 경우 즉,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이전에 표지가 잘못 설치되었다는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고 표지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사정도 그와 같은 점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표지에 신호등의 신호체계 및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정성이 결여된 설치 · 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