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女승객 추락사' 기사에 뺑소니 혐의 적용…검찰은 인정 안 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택시에 탄 승객이 고속도로 운행 중 밖으로 떨어져 숨졌는데도 택시 기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운행했다면 '뺑소니'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뺑소니가 아니다.

청주지검은 2일 이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로 불구속 입건된 택시기사 김모(56)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7시 10분께 청주시 흥덕구 상신동 중부고속도로에서 김씨가 몰던 택시 뒷좌석에 탄 승객 이모(당시 25·여)씨가 밖으로 떨어져 뒤따르던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 후 김씨는 5㎞가량 차를 몰고 간 뒤 "승객이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조사 과정에서는 "승객이 떨어진 것을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한 달가량 사고 경위를 조사했으나 김씨의 과실을 찾지 못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택시 잠금장치에서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김씨를 뺑소니 혐의로 입건한 뒤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뺑소니 혐의에 대해 '운전자 과실'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최근 김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청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택시 기사가 운행 중 피해 여성을 협박하는 등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거나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야 뺑소니 죄가 성립되는데 김씨에게서 그런 과실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을 때 뺑소니 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다.

다만 검찰은 김씨가 사고 직후 차량을 신속히 갓길에 세우고 승객을 구조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못한 책임은 있다고 봤다.

도주 차량, 즉 뺑소니 혐의 대신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이미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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