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에서 버스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인도로 돌진하여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게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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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통사고 로펌 댓글 0건 작성일 1996-08-11 20:50:53본문
정경일 변호사의 교통사고 로펌 | |
내리막길에서 버스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인도로 돌진하여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게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교통사고 뉴스&판례 | 1996.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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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대법원 1996. 7. 9., 선고, 96도1198, 판결]
【판시사항】
내리막길에서 버스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인도로 돌진하여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게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내리막길에서 버스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아니하여 대형사고를 피하기 위하여 인도 턱에 버스를 부딪쳐 정차시키려고 하였으나 버스가 인도 턱을 넘어 돌진하여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8조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안홍렬
【원심판결】
부산지법 1996. 4. 24. 선고 96노14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인정한 이 사건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4. 6. 11. 13:30경 부산 5자 3839호 시내버스를 운전하여 편도 1차선의 경사 15도의 내리막길을 번호 미상의 화물차량을 뒤따라 진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교통체증이 극심하여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좌우 인도와 전방 횡단보도에는 귀가 중인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야 할 뿐만 아니라, 특히 피고인 운전의 차량은 5년 이상된 오래된 차량이고 그 이전부터 제동장치에 이상을 느끼고 있었으며 또 피고인 운전의 차량에 탑재된 것과 같은 종류의 제동장치를 장시간 정체중인 내리막길에서 너무 자주 사용하게 되면 급격히 제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여 제동장치 및 조향장치의 조작에 주의를 기울여서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잘못으로 앞차가 정지하는 것을 뒤늦게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으나, 급격한 제동력의 감소로 제대로 제동이 되지 않으면서, 위 버스의 좌측 앞부분으로 앞차의 뒷부분을 들이받고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더 돌려 인도로 침범하여 운전한 과실로, 때마침 위 인도 상에서 마주오던 피해자 전주경을 위 버스의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넘어뜨려 그 다음날 사망하게 하고, 인도에 접하여 있던 공소외 김금련 소유의 건물을 들이받고서야 정지하게 되어 그 충격으로 위 버스에 타고 있던 피해자 손기순으로 하여금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전흉부좌상을 입게 하였다는 것인바, 원심은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의 위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2. 그러나, 위 사고가 피고인의 과실로 발생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가. 사고의 원인에 대하여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 및 법정에서 시종 일관하여, 기아를 2단으로 놓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뒤로 당겨놓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버스를 정차하고 있던 중, 앞 차량이 진행하기 시작하므로 피고인도 앞 차량을 따라 진행하려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뒤로 당겨놓은 상태에서 밟고 있던 브레이크발판만을 약간 늦추어 밟았는데, 앞 차량이 2 내지 3m 가량 내려가다가 다시 정지하므로 피고인도 브레이크발판을 다시 밟게 되었는바, 그 때 브레이크발판이 푹 꺼지면서 다시 올라오지 아니하여 전혀 제동이 되지 아니한 결과 바로 앞 차량의 오른쪽 뒷부분을 피고인의 버스 왼쪽 앞부분으로 스치게 되었고, 이에 우측 인도 턱에 버스를 부딪쳐 차량을 정지시키려고 급히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으나, 버스가 전혀 제동이 되지 아니하고 인도 턱까지 넘어가게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 운전의 버스에 탑승하였다가 부상을 당한 피해자 손기순은 검찰에서, 버스 안에 자리가 없어서 운전석 뒤쪽에 설치된 기둥에 가슴을 대고 앞쪽을 향하여 서 있었기 때문에 사고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는데, 어느 순간에 운전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당황하는 것을 보았고, 그 때 버스가 슬슬 미끄러져 내려갔으며, 그래서 자기도 용이 쓰여 기둥을 잡고 몸을 뒤로 제끼면서 버티었는데, 운전사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더니만 인도 위로 넘어가면서 인도 끝의 집을 꽝 부딪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고, 버스가 줄줄 내려갈 때 이상하여 "아저씨 왜 이래요, 왜 이래요" 하였더니 갑자기 버스가 옆으로 틀리면서 벽을 꽝 하고 박아 버렸다는 것이며, 보행자들이 많이 길을 건너고 있었기 때문에 앞쪽에 있던 차량을 부딪치면 더 많은 사람이 다쳤을 것이므로 인도쪽으로 방향을 돌림으로써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법정에서의 진술도 동일함), 위 진술들과 함께 이 사건 사고현장에 사고버스의 바퀴자국이 남아 있지 않은 점, 사고 당시의 교통상황에 비추어 볼 때 사고버스의 속도는 브레이크가 정상이었다면 브레이크를 밟자마자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을 정도의 극히 저속이었다고 할 것인데도 인도 턱을 넘어 건물 담벽을 부딪쳐서야 비로소 버스가 멈출 수 있었던 점 및 피고인은 1981년도에 대형면허를 취득한 이래 이 사건 사고 전까지 사고를 낸 적이 없는 무사고운전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내리막길에서 사고버스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아니하자 전방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다치지 않기 위하여 인도 턱에 부딪쳐서라도 버스를 멈추려고 하였으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던 버스의 탄력으로 예상과 달리 인도 턱을 넘어가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사고버스가 제동력을 상실한 원인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발생원인은 피고인이 브레이크를 너무 자주 밟아 제동력을 약화시킨 데 있다고 본 제1심판결의 이유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버스 제작회사의 품질관리부에 근무하는 공소외 진용국은 검찰에서, 이 사건 버스는 기본적으로 유압식 오일브레이크를 사용하되 유압의 압력을 배가(倍加)시키기 위하여 에어마스터를 추가로 장착한 에어어시스트 타입의 유압식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있는데, 에어어시스트 방식의 브레이크는 에어마스터의 공기압이 6.5 정도인 수치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나 그 수치가 4.5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제동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에어탱크에서 생성되는 에어보다도 브레이크 제동시에 빠져나가는 에어가 많게 되어 제동력이 저하되므로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에는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여 감속을 한 후 브레이크는 가능한 적게 사용하면서 한번에 정확한 제동을 하여야 하고 연달아 자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브레이크 제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에 대비한 운전을 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제동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지며, 엄격히 말하면 이러한 경우도 운전미숙에 해당한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 사건 브레이크를 감정한 정비기능사 백송기는 검찰에서, 브레이크를 단순히 오래 밟고 있을 때에는 관계없으나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가 밟는 것을 자주 반복할 경우에는 에어가 부족하게 되어 제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데, 운전기사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발을 뗐다 밟았다 하면서 운전하는 경우는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정비기사 허영도는 법정에서, 브레이크에 관련된 부품 중의 어느 하나에 결함이 있어서 순간적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다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이른바 브레이크변동이라고 하는데, 유압식 브레이크에서 고무밸브가 약하여지면 브레이크변동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 참고인들의 진술들과 함께 이 사건 사고가 내리막길에서 교통체증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하던 중에 발생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 사건 사고가 사고버스의 브레이크장치 중 에어마스터의 공기압력이 낮아져 제동력이 갑자기 떨어짐으로써 발생하게 되었다는 위 참고인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사고버스의 제동력 상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원심은, 피고인 운전의 차량은 5년 이상된 오래된 차량이고 피고인이 그 이전부터 제동장치에 이상을 느끼고 있었으며 또 피고인 운전의 차량에 탑재된 것과 같은 종류의 제동장치를 장시간 정체중인 내리막길에서 너무 자주 사용하게 되면 급격히 제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여 제동장치 및 조향장치의 조작에 주의를 기울여서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이를 게을리한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제동장치를 불필요하게 자주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앞서 본 진용국, 백송기 등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내리막길에서 불필요하게 제동장치를 자주 사용하였기 때문에 제동력이 약화되었다고 추정할 수도 없을 것이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검찰에서 사고 전 4월과 5월에도 갑자기 브레이크가 푹 꺼지면서 제동이 되지 않은 것을 경험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사실은 이 사건 사고가 브레이크의 고장으로 인한 사고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지언정, 피고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피고인으로서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작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그러한 운전 도중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급격히 약화되어 버스가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바람에 이 사건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약화되게 된 점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 그 밖에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의 다른 과실에 관하여
원심은 안전거리 미확보와 전방주시의무 태만도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된 것처럼 인정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사고 당시의 교통상황, 앞 차량을 추돌할 당시의 피고인의 차량의 속도, 피고인의 버스가 제동력 상실로 인도 턱을 넘어 건물 벽을 부딪치고서야 멈출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아니한 것이 원인이 되어 앞차를 추돌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앞차와의 추돌로 인하여 비로소 브레이크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 아님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이므로, 설령 피고인이 다소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들이 인도를 돌진하여 보행자를 사망케 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마. 그렇다면, 피고인의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임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