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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사망사고 낸 택시…정지선·신호위반 불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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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통사고 로펌 댓글 0건 작성일 2015-07-09 16: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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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전원 '무죄 평결'

 "신호 지켰어도 사고 일어났을 가능성 있어"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서울에서 개인택시 영업을 하던 박모(63)씨는 지난해 10월3일 새벽 서울 관악구 일대 교차로를 지나다 왼편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승객 2명을 태우고 주행하던 박씨는 사고 직전 자신이 가려던 교차로의 직진 방향에 적색등이 들어온 것을 보고 일단 2차선에 차를 정차시켰다.

그러나 박씨가 정차한 위치는 정지선을 넘은 위치였고, 박씨는 한차례 이동해 횡단보도 위에 다시 정차한 후 녹색등이 켜지기 전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신호를 위반하고 선출발을 했다.

박씨가 교차로 한가운데로 들어선 순간 좌회전 방향에서 굉음을 내며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순식간에 박씨 택시 왼쪽을 들이받았다.

오토바이는 그 충격으로 허공에 떠 진행 방향을 향해 회전하며 추락했고, 당시 26세에 불과했던 오토바이 운전자 A씨는 결국 짧은 생을 마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윤승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증거는 옆 차로에 정차해 있던 목격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에는 박씨 차량이 교차로를 앞두고 2차선에 정차하던 때부터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일련의 과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영상에 따르면 박씨는 녹색등이 켜지기 전 황색등인 상태에서 신호를 위반해 먼저 차를 출발시켰지만, 교차로에 진입해 오토바이와 충돌하던 순간엔 녹색등으로 신호가 바뀐 상황이었다.

반면 박씨 차량을 기준으로 왼쪽 방향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달려오던 오토바이의 경우, 교차로에 진입할 때 이미 진행 방향의 신호가 적색등이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충돌 당시 박씨 차량의 주행속도는 21~30㎞/h였던 반면 오토바이의 주행속도는 72㎞/h가량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일어난 교차로의 제한속도는 60㎞/h 이하였다.

검찰은 "박씨가 정지선을 넘어 정차하고 직진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차량을 출발시켜 반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며 박씨에게 운전상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박씨 옆에 정차했던 차량과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은 모두 신호를 준수했다"며 "박씨 역시 정지선과 신호를 준수해 정상적으로 출발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A씨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박씨와 같이 재판에 넘겼을 것임을 거듭 밝혔다. 오토바이 운전자 A씨에게도 과실이 있지만 그와 별개로 박씨의 과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씨 측 변호인은 당시 오토바이의 주행속도를 강조하며 "박씨가 정지선을 넘어 정차하던 시점에서 오토바이의 과속으로 사고가 날 것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아울러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는 혈중알콜농도 0.102%의 음주 상태였다"며 "박씨가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도 오토바이 운전자가 핸들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이에 대한 증거로 왼쪽 하단이 심하게 찌그러진 박씨 차량 사진을 제시했다. 이미 박씨와 충돌하기 전부터 오토바이가 쓰러지기 시작해 운전자가 박씨 차량 아래에 끼게 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양측 주장을 종합해 "박씨가 정지선 및 신호 준수 의무를 지켰더라도 충돌사고가 일어났을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토바이가 정지 신호를 받고도 과속 상태로 교차로에 진입한 반면, 박씨의 경우 비록 정지 신호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사고 자체는 녹색등이 켜진 후 약 2초가 지난 뒤에 발생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변호인 주장과 같이 A씨의 오토바이가 박씨 택시와 충돌하기 전 이미 넘어지고 있었던 점 역시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목격자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A씨 오토바이가 택시와 부딪칠 무렵엔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앉아 (오토바이가) 완전히 기울어진 상태였다"며 "오토바이가 기울어진 이유가 음주로 인한 운전 미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도로교통법상 정지선 준수 의무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을 가졌을 뿐이라고 봤다. 박씨의 경우처럼 차량이 주행신호보다 일찍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 정지선 준수 의무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 같은 취지로 "정지선 준수 의무 위반이 '보행자 피해'와 무관한 형태로 사고와 연결된 이상 정지선 위반과 오토바이 충돌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