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8000만→1억원 증액… 보험료 오르나
작성일 2015-02-0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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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A양은 2013년 10월 경기도 동두천에서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트럭에 치여 숨졌다. 트럭을 몰던 B씨는 한눈을 팔다가 A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B씨 차량의 보험사가 A양 유족에게 위자료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B씨의 과실이 100% 인정됐다. 당시 법원이 정해놓은 교통사고 사망자 위자료 기준금액(피해자 과실이 없는 경우 책정되는 금액)은 8000만원이었지만 재판부는 A양의 어린 나이를 감안해 1000만원(12.5%)을 추가했다.
◇3월부터 사망사고 위자료 기준액 1억원=3월부터 A양 같은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사망피해자는 기존보다 더 많은 위자료를 받게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교통·산재 손해배상 담당 법관 간담회 등을 통해 사망사고 위자료 산정 기준을 기존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2008년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된 뒤 7년 만이다.
따라서 3월 이후 A양과 같은 상황이 되면 기준금액 1억원에 나이를 감안한 12.5%를 더해 1억1250만원이 위자료로 책정된다. 실무상 혼선을 막고 보험업계 등의 업무 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바뀐 기준은 3월 1일 이후 발생하는 교통·산재 사고부터 적용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법관들이 2008년 위자료 기준금액 인상 이후 달라진 경제규모와 물가수준, 사회 구성원의 법 감정 등을 감안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국 법관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836명 중 99%인 830명이 사망사고 위자료 기준금액이 1억원 이상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 중 430명은 1억원을 적정금액으로 꼽았다. 법원은 개별 사건의 특수한 사정을 참작해 재판부가 기준금액을 일정 수준 증감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이 하급심 강화를 위해 마련 중인 구체적 위자료 책정 기준안이 나오면 피해자가 받게 될 금액의 예측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판부의 재량 범위는 통상 ±20%였다.
바뀐 기준은 위자료가 쟁점이 되는 다른 재판에서도 ‘척도’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법원은 의료사고, 대형 재난, 과거사 피해자 국가보상 재판 등에서 ‘사망사고 위자료 기준금액’을 활용해 왔다. 세월호 참사 보상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당시 기준금액 8000만원이 주요 참고자료가 됐다. 지난해 말 제주지법은 ‘제주예비검속’ 피해자 179명에 대한 국가배상을 명령하면서 위자료로 희생자 1인당 8000만원을 일률적으로 책정했었다.
◇자동차 보험료 오를까…보험개발원 “3.6% 인상 요인”=법원의 위자료 기준액이 상향 조정되면서 보험사 위자료 기준액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현재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19세 이상 60세 미만 사망사고의 경우 4500만원, 그 밖의 경우 4000만원을 위자료 지급 기준으로 하고 있다. 법원 위자료 기준과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위자료만 놓고 보면 무조건 법원에 소송을 내는 쪽이 더 유리한 셈이다.
법원의 위자료 선고 액수가 커지면 보험사에는 그만큼 손실이 되고, 이는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구조를 고려해 법원은 위자료 기준금액 상향조정을 논의하면서 보험개발원에 자문을 구했다. 개발원 측은 “위자료가 5% 증가할 때마다 자동차 보험료는 0.72%가량 인상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위자료 기준금액이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25% 상향되면 자동차 보험료는 3.6% 인상할 요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는 법원의 위자료 기준액 조정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통제로 보험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료·정비수가와 임금 등 자동차보험 원가는 매년 오르는데 보험료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교통사고 위자료도 보험원가의 일부여서 서울중앙지법의 증액 결정은 업계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사상 최고인 88% 수준이었다.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한 당국의 암묵적 통제가 작용해 올리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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