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속도로 한복판에 정차된 차량과 부딪쳤는데, 과연 제 과실만 큰 걸까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차가 갑자기 멈춰 있어서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충돌해버렸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차량은 아무런 비상등이나 경고 표지 없이 주행 차로에 정차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뒤따르던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앞서 정차한 차에게도 일정 부분 과실이 인정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불법·부주의 정차가 있었다면 선행 차량도 과실 부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반적으로 주·정차된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으면 “안전거리 미확보”로 후행 차량 책임이 크게 부각됩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앞차가 안전조치를 얼마나 취했느냐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예컨대 차량 고장으로 부득이하게 도로 위에 멈췄다면, 운전자는 삼각대 설치나 비상등 점등 등 후방 주의 환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뒤따르는 차량 입장에서는 멀리서 확인하기 어려워 추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서도 고속도로 정차 시 운전자가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후행차량이 사고를 낸 경우, 선행 차량 쪽에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후행 운전자가 과속, 전방주시 태만 같은 명백한 잘못을 했다면 과실 비율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또, 앞차가 정차한 원인이 선행사고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해당 운전자의 과실이 경감될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사고 현장에서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불법 주정차였는지, 안전장치가 충분히 작동되었는지 등을 다각도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블랙박스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뒷받침할 증거를 마련해 놓으면, 과실비율 판단 시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