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1월 06일 매일안전신문 보행자 갑자기 쓰러져 못 봤다? “택시기사 책임 가볍지 않아”

교통사고 피해자 전문 변호사 정경일 인터뷰 내용입니다.

택시기사는 손님을 내려주고 계산하는 찰나에 보행자가 쓰러진 것이라 못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운전 중 잠시 정차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방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

5일 21시50분 즈음 부산 금정구 남산동의 한 마트 앞에서 택시기사 7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쓰러진 50대 남성 보행자 B씨를 미처 인지하지 못 하고 출발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B씨는 병원 이송 도중에 숨졌다고 한다. A씨는 손님을 하차시키고 계산을 하고 있는 사이에 B씨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B씨는 인도 가장자리에서 쓰러져 도로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직 B씨가 어떤 지병을 갖고 있어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A씨는 B씨를 밟고도 10미터 정도 운행한 뒤에야 멈춰섰다고 한다. B씨는 택시가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장기 손상이 심각해져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NL)는 6일 오전 매일안전신문과의 통화에서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진짜 억울하고 계산하는 그 찰나에 사람이 쓰러져서 보지도 못 했는데 어떻게 책임을 지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계산을 하고 있더라도 운전자라면 전방을 신경쓰고 있어야 한다”며 “멈췄다가 출발하는 것이라도 그 사이에 어떤 안전 조치를 하든가 아니면 무슨 장애물이 생겼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안 보인다고 그냥 가도 되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부분까지 확인하고 가야 한다. 그게 운전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손님이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빼고 있는 중이더라도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카드나 현금을 건네서 받을 때에도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정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계산을 하면서도 전방을 계속 신경썼다면 누군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블랙박스 영상에 다 찍혀있을 거다. 본인은 계산한다고 못 봤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며 “계산하는 것은 택시기사의 사정이고 앞을 못 봐서 이렇게 됐기 때문에 그 책임은 운전자가 져야 한다. 계산하고 내려주는 과정을 불가항력적인 사유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계산하느라 코앞에서 쓰러진 사람을 못 봤다? 정상참작은 되겠지만 확인 안 하고 그냥 갔기 때문에 택시기사는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바로 멈추지 않고 10미터를 주행했다는 점도 문제다.

정 변호사는 “사람을 밟고 10미터나 갔다는 것은 운전 미숙으로 보인다. 보통 멈췄다가 출발할 때는 운전 중에 발생한 충격보다도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재판에서는 물리적 증거가 명백하다보니 치열한 공방이 거의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사망이 발생했고 합의도 안 이뤄졌다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A씨 입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해봐야 별로 좋을 게 없다. 피해자 유족에게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보상 책임을 지고 합의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블랙박스 증거 영상에 보행자가 쓰러지는 게 담겨 있고 운전자가 그냥 못 보고 갔고 10미터나 주행했다면 운전자의 과실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교통사고의 경우 형사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지 않는다. 블랙박스와 CCTV 보면 다 나오는데 설명해봐야 부연 설명에 불과하다”며 “벌금형이 아니라 합의 안 되면 집행유예 이상 실형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통상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나면 법원에서 피해자의 과실이 상당하지 않다면 일반적으로 합의 못 했을 경우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과의 합의가 이뤄지면 집행유예 가능하지만 그러지 못 하면 실형까지 각오해야 한다”며 “억울하다고 해봐야 사실관계 앞에서 개인적인 주관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런 사고가 났다면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전념하고 유족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유족들의 분노가 덜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박효영 기자

https://www.ids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