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입 안 행궜다고” 음주운전 사고 내고 무혐의?
작성일 2021-01-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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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7 매일안전신문 “입 안 행궜다고” 음주운전 사고 내고 무혐의?
교통사고 피해자 전문 변호사 정경일 인터뷰 내용입니다.
작년 10월24일 새벽 1시반 즈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인근 한 도로에서 30대 남성 배모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피해를 당한 40대 남성 김재민씨는 차량에 아내와 자녀를 태우고 주행하고 있었다. 김씨 차량은 배씨 차량이 교차로에서 갑자기 좌회전을 하는 바람에 그대로 충돌했다.
여러 방송의 인터뷰에 응한 김씨는 “(배씨가) 많이 횡설수설했고 술도 많이 취해서 냄새도 심했고 걸음걸이가 많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배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9%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김씨는 지난 14일 ‘보배드림’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과실 비율에 대해 배씨가 음주운전까지 했기 때문에 100대 0일 것이라고 봤지만 본인 주의의무 과실도 조금 인정되어 90대 10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원서부경찰서는 배씨의 음주운전 범행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해줬다. 왜 그랬을까?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대략 8명이었는데 그 누구도 물로 한 번 헹구도록 하는 절차를 기억해서 정확히 실행하지 못 했다. 즉 배씨는 물로 입 안을 헹구지 않고 음주 측정을 했는데 그 결과 0.09%가 나온 것이다. 교통단속처리지침에 따르면 음주 측정 전 200㎖의 물을 제공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고 확보된 음주 수치는 증거 능력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해당 지침은 술을 마셔서 취한 게 아닌 입에 남은 알콜로 잘못 측정되는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존재한다.
경찰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배씨가 욕설과 함께 30분간 난동을 부렸기 때문에 급하게 음주 수치만 확보하려다가 실수를 범했다고 항변했다. 결과적으로 음주운전 치상 범죄가 일반 교통사고처럼 처리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경찰은 자신들의 실수로 그렇게 됐는데 스스로 음주운전 범죄를 무혐의로 처리해서 검찰에 송치했다.
배씨는 난동 및 욕설 행위에 대해서만 벌금을 냈을 뿐 음주운전 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 처분을 받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에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면서도 무혐의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만 반복했다.
더구나 배씨는 2019년 6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었다.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배씨는 면죄부를 받게 됐다. 김씨 가족은 4명 모두 2주 정도 병원 치료를 받았고 차량 수리비도 1200만원이나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배씨는 법적으로 음주운전 치상범이 아니다.
경찰은 나름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다고 했는데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여진다. 대법원은 입 헹굼을 하지 않아 면허 정지 또는 면허 취소 수치의 경계선에 걸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0.09%였으니까 물 헹굼을 했더라도 최소 면허 정지 수준(0.03% 이상)의 음주운전으로는 처벌을 받아야 합리적이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NL)는 17일 오후 매일안전신문에 “호흡측정기에 의한 혈중알콜농도 측정을 하기 전 입 안을 물로 헹구고 측정해야 하고 그러한 과정없이 이뤄진 측정은 증거로 믿기 어려울 수 있으나 (대법원 판례를 정확하게 해석하면) 입 안을 물로 헹구지 않고 측정하더라도 그 측정치를 증거로 믿을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수원서부경찰서 교통조사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음주운전 무혐의로 송치를 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자기들 의견일 뿐 검찰은 다를 거다. 검찰에 송치돼야 결정이 난다. 걱정말라고 했다. 확실한 음주 수치도 있으니 믿었다. 당연히 가해자는 2019년 6월에도 음주운전 1회 적발됐고 이번에 두 번째라서 꼭 처벌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수원지방검찰청 역시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변호사들께 자문도 구해보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만 하더라”며 “너무 억울하다. 음주 무혐의 처분으로 과실도 70대 30으로 바뀔 거라고 하고 자차가 없던 나는 내 돈 24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저희 가족은 솔직히 합의할 생각이 없었다. 처벌 받게 하고 싶었고 처벌 탄원서도 제출한 상황이었다”고 풀어냈다.
이어 “검찰의 어이없는 결정으로 물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저희가 받고 음주운전 가해자는 편히 즐기면서 웃고 있다”며 “어차피 아무 것도 못 하고 피해만 받는 상황에서 제발 이슈화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김씨가 무력감을 느끼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다.
정 변호사는 “경찰이 잘못 판단해서 불기소로 송치한 것이고 이대로 끝낼 문제는 아니고 지금이라도 다시 기소 의견으로 송치가 가능하다. 피해자도 별도로 고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안을 헹구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나 위법한 수집 증거 배제 법칙 위반에 해당한다면 경찰의 이야기가 맞다”면서도 “입안을 헹구지 않은 것은 그 영역이 아니고 혈중알콜농도 수치의 신빙성 문제다. 더구나 음주 수치가 엄청 차이가 나서 적어도 면허 정지는 되어 보인다”고 설파했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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