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받을 수 있나요?”…입법 공백이 부른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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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15. 오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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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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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레, 7월 17일, 국회에선 제헌절 경축식이 열립니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한 날이기도 합니다.

입법부인 국회가 헌법상 의무를 하겠다, 이런 의미일 텐데 현실을 더 들여다볼까요?

국회가 만든 법안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되면 국회는 이걸 대신할 법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대체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이 마흔 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헌법불합치 결정 뒤 3년째 입법 공백 상태인 낙태죄, 음주운전 가중처벌을 규정한 윤창호 법, 또 병역 의무와 관련해 국적 선택 시한을 정한 국적법이 있습니다.

약사법은 무려 20년 동안 방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국회가 할 일을 미루는 사이, 어떤 혼란이 생기고 있는지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회 이상 음주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날.

[하태경/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윤창호 법' 대표 발의 : "20대 청년 몇 명이 만든 법안이 잠시 후 본회의 투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윤창호 씨의 친구들은 희생자들의 목숨값으로 만든 법이라며 음주운전 근절을 거듭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윤창호 법 적용은 지난해 말부터 중단된 상태입니다.

기간 제한 없이 2회 이상이면 가중처벌하는 건 위헌이라는 결정 때문입니다.

가중처벌하지 말란 게 아니라 기간을 정하도록 법을 고치란 취지인데, 국회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영광/고 윤창호 씨 친구 : "(위헌 결정 이후) 8개월이나 지났는데 그사이 공백기가 너무 많이, 시간이 지났잖아요. 또 누군가가 죽어야 다시 또 추진력을 얻고 또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위헌이니 항소하면 감형받는다, 재심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떠돌면서 혼선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정경일/교통 전문 변호사 : "음주 운전자들이 자신의 형량도 줄어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많은 문의도 주기도 하는데…."]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해 2005년 도입된 국적법.

복수 국적인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 3개월 안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까지 외국 국적을 선택할 수 없게 돼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들에겐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헌재는 2년 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선천적 복수 국적자에 대해선 구제할 길을 열어주란 건데, 법 개정 시한은 오는 9월입니다.

어떻게 바꿀 건지, 논의는 시작도 못 했는데 두 달 뒤면 관련 법이 완전히 사라질 상황이 된 겁니다.

[김상률/변호사/'국적법' 헌법소원 대리 : "(두 달 뒤면) 법의 취지, 즉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한 원정 출산을 막을 방법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국회의 시간이 멈춰 40건의 위헌 법률이 표류하는 동안, 현실의 혼란을 감당하는 건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입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안용습/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이경민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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